나 자신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여전히 거울 속 나는 위화감이 들었다. 나의 몸은 거울에 투명하게 비쳐 보이지만, 나의 마음엔 검은 노이즈만 가득할 뿐이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하늘을 그렸다. 나의 앞길을 막던 나의 삶이 사라지고, 나는 날아올랐다. 그렇게 나와 나, 우리는,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코마 상태로 삶을 여행한다. 그 길목에 더 이상 거울은 필요치 않았다.
네가 무엇인지를 기억해 내. 유한한 삶 속 영원한 순간들을 떠올려. 그 기억을 가지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 넘어지고 다치고, 너의 존재가 통째로 부정당해도, 그 기억들과 함께라면 너는 나아갈 수 있어. 아니 나아갈 거야. 그것이 내가 정한 미래이고 나니까.
전곡인 Mirror에서 열심히 자아에 대한 탐색을 떠들어댔다. 나를 알아가는 것도, 나의 그림자마저 수용하는 힘도, 다 이해는 되었다. 근데 막상 실전에 적용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적이든 외적이든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 일들은 자꾸만 생겨났고, 그런 변수들을 막으려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거창한 이유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맛있는 것을 먹고, 또 재밌게 놀고, 잡생각은 잊고 피아노를 치고. 그런 하루와 작은 목표가 나를 살아있게 해 주었다. 남에게 베푼다느니 돈을 벌겠다느니 하는 목표보다, 나를 직접적으로 살아있게 해주는 일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야겠다 생각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 나(이상적인 나)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이 곡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영어 가사도 포기하고 한국어로 하고 싶은 걸 다 해놨지만, 이 추상적인 표현들이 잘 전달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이상론적인 사색이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론을 현실로 만드는 그날까지 내가 노력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선순환이 되어 다시 멋진 이상을 꿈꾼다면, 그 자리에 선 나는 오늘과 똑같이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나는 반드시 믿는다. 나를 믿는다.
2년 전쯤 쓴 곡인 "Strawberry"를 많이 참고하여 곡을 썼다. 여러 인디 일렉 장르들과 한국어 가사의 조합이라 인기가 있을 수가 없지만, 인기가 없는 것에 비해서 너무나 만족하며 마무리한 곡이다. 보컬 피처링에 참여해 주신 Jui님께도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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