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feat. Sofuu)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황무지. 달리고 달려도 출구는 보이지 않고, 땅에 박힌 거울 속 "나"들이 나를 응시하고만 있다. 한참을 거울은 무시한 채 달리다가 깨달았다. 애당초 출구는 없었다는 사실을. 거울에 손을 대고 우리는 드디어 시야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라본 세상의 틈새에서, 쏟아지는 별빛이 우리를 삼켰다.

 

언제나 자신에게 되물어봐. 나는 누구지? 난 뭘 하고 싶지? 질문에 대한 답은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자꾸만 나를 알아가려고 해 보는 거야.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그냥 나고, 나와 나 사이에는 어떤 규칙도 개념도 벽도 없어. 눈을 감은 채로 이 무아의 공간에 머물러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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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밝은 분위기의 곡만 쓰지만, 6개월에 한 번 꼴로 이런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앨범 하나당 어두운 곡이 한 곡씩은 나오게 되는 듯싶다. 그래도 이번 앨범의 주제가 나의 미래인 만큼, 완전히 어두운 이야기로 흘러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어두웠지만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과거에서 보내는 메시지" 앨범의 4번째 곡이다. 진정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곡이다.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를 통찰하고 꿰뚫는단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보단, 쉽게 말해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나의 장단점을 아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간 살아오며 참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다. 혹시라도 남의 기분이 먼지 티끌만큼이나 상할까 봐 없던 걱정까지 꺼내와서 삽질을 하면서, 정작 스스로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또한 남들과 같은 사람이고 인격체인데, 나는 나를 사람으로도 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를 거울 속의 타인으로 비추어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를 남을 대하듯이 대하자. 나를 새로이 알아가 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니, 쉽게 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분명 나인데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니, 그런 순간마다 정말로 타인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면 웃음이 날지, 내일도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일을 왜 미루게 되는지.. 전에는 그저 감으로 행하던 일들이 이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감정에 휩싸여 좌절하고만 있던 내가, 문제의 이유를 찾고 해결책을 내놓게 된다니,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여전히 나와 나 사이에 타인이 끼어든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이 또한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결국 완벽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저 매 순간을 후회 없이 보내는 것을 최선으로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알라" 같은 자세가 필요한 것이고.

 

감성 힐링 에세이마냥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실수해도 괜찮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진 않았다. 굳이 앞의 말을 따와서 메시지를 전한다면, "너는 괜찮은 사람이고, 괜찮지 않은 사람인 것도 인정해야 해." 정도가 될까. 결국 나 자신을 수용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곡의 최종 목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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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랍까지 스케치를 쓰고 난 후에, 이 곡은 보컬로 이야기를 풀기에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긴 분량의 탑라인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보컬이 없는 곡을 즐겨 듣던 나로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피처링을 맡아주신 Sofuu님께서 너무나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이 또한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곡을 계기로 많은 보컬분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 졌고, 또 연습하고 연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원래도 삽질을 참 좋아하는 편이니, 쓰다 보면 언젠가 또 적당히 괜찮은 실력이 되리라 믿는다..

 

앨범 발매까지 두 곡이 남아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많이들 사랑해 주시면 좋겠당

 

Mi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