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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본여행 9일차 - 유후인

Softable 2023. 5. 18. 01:36

모닝 온천 후 조식을 먹으러 갔다. 호캉스는 절대 못 가겠다..

조식 먹고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에 자는 순간이 제일 짜릿했다. 30분 잤는데 하루를 잔 듯한 이 기분..

약간 제주도 같기도..

오늘의 일정은 뱃푸 지옥온천 순례 후 유후인 이동..이었으나 날이 미친 듯이 덥고 짐이 많은 관계로 미련 없이 지옥온천 일정을 빼고 바로 유후인으로 이동하였다.

참깨빵 위에 순살고기 패티 두 장

덥고 오르막길은 많고 버스 배차간격은 한 시간이고.. 헛걸음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간의 행적을 따져보면 이 정도 헛걸음은 축에도 못 드는 편인 것 같다.

횡단보도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신호대기가 너무 길다” 하고만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분이 버튼 왜 안 누르냐고 하셨다.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구나..

숙소 좋고

어떻게든 도착을 했고, 가성비 숙소였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첫인상은 너무 마음에 드는 료칸이었다.

뷰 좋고

분위기 좋고 숙소 좋고 오후가 되니 날도 좀 풀려서 근처에 나가보기로 했다.

무려 자전거 대여가 있었다. 9일간 뚜벅이로 힘들게 살아온 우리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와.. 늘 20분씩 걷던 거리도 3분이면 도착하는 모습에 감동을 금치 못했다. 어디든 갈 자신이 막 생겼다.

늦은 점심으로 장어솥밥을 먹었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고 솥밥 먹듯이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갑자기 김치찌개가 당기더라.. 슬슬 한국이 그리워지나 보다. 모든 음식이 간장 베이스라 슬슬 물리기 시작했다.

어느 방향을 바라보건 산이 뒷배경을 장식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순정만화 한편 이미 찍음

골목으로 들어가니 여러 가지 소품샵들이 쫙~ 있었다. 첫 번째로 보인 가게는 지브리!

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앙

하찮은 매력이 있다

그 외에 들어간 가게들도 다 귀여웠다. B급 감성 기념품들 최고..

불응 불응


냥냥펀치!

이런 것들을 보면 하나는 사고 싶지만 사면 얼마 가지 않아 이쁜 쓰레기가 될 것을 알기에 굳이 사지는 않는 편이다. 사도 실용성이 그나마 있는 편인 것들을 사고 싶다..

이 디자인은 참 이쁘더라… 내일 다시 들러 구매할 예정이다. 좋아하는 것에 좋아하는 것이 합쳐져 있으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놈의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하지 말 걸 그랬다. 어딜 가든 굿즈가 있어 나의 마음도 지갑도 흔들고 간다..

냐옹이 가게

한참을 걷다 보니 골목의 끝에 다다르게 되었다. 카페에서 잠시 쉬고 돌아가기로

라떼 아트 해주는 커피집에 갔다. 눈코입은 각자 직접 그렸다! 저 군침이 싹 돌게 생긴 녀석은 뭐지..

끼약!!

카페에서 고양이를 키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책을 나가셨다.. 저 당당하게 걷는 걸음걸이를 보라

건물마다 제비집이 참 많았다. 제비는 볼 일이 그닥 없는지라 참 반가웠다. 근데 너무 낮게 날아서 얼굴에 들이박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놀이터는 또 못 참지

다섯 시 반 정도, 남은 볼거리들을 찾아갔지만 이미 다섯 시에 전부 문을 닫더라. 일찍 문을 닫아버려 할 일이 사라진 우리는 저녁 먹을 곳을 찾아다녔다.

연 곳이 없다.. 한창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고, 해는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사진만 나열해 봐도 그날의 그 시간이 그려진다

자전거가 있어 두려울 것이 없던 우리는, 꽤 멀리 나가기로 했다. 가다 보니 날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약골인 나는 저 건장한 군필들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이렇게 뒤에서 조용히 따라갔다.

저녁은 꼬치집!! 아주 짜고 기름지고 안주로 딱이었지만, 돌아갈 즈음 어두워져 자전거 타기에 위험할 것 같아 술은 피했다.. 사실 콜라가 먹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은 매우 무서웠다.. 바닥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폰 라이트를 켜고 왔는데도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흑흑 이런 내 맘도 모르고 빨리 오라며 달리는 너희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뻥 뚫린 도로를 달릴 때의 후련함은 일본 와서 느낀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적한 동네, 산 배경, 스즈메가 된 기분이랄까..

자전거도 참 오랜만에 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이 주는 노래를 들으며, 하늘이 주는 구름을 보며, 나는 그저 페달을 밟을 뿐이었다.

결국 나는 어디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느냐.. 가 중요하겠지. 그 방향을 잃을 타이밍에 이 여행이 나침반이 되어준 기분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 열심히 살아가야겠지. 잔뜩 놀고 돌아가 다시 게으르게 살고 싶진 않다.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 스스로가 되어야, 남에게도 떳떳한 창작물을 만들어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을 것만 같다.

주절주절 끝~ 내일은 정말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온천 해야 하는데 또 늦게 자서 큰일이다. 근데 확실히 기록은 바로바로 해둬야 감정이 잘 적히는 것 같다. 7일 차쯤 많이 아픈 탓에 다음날 몰아 적었는데, 잘 적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니까.